전북 불교 포교의 새로운 희망
조계종 전주 「참좋은 우리절」
절기상으로 계절이 바뀐다는 ‘처서’인 8월 23일 전주를 찾았다. 아직은 8월의 무더위와 태풍의 북상의 영향으로 습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밀려들었다. 전주는 김제 금산사를 본사로 조계종 제17교구 관할이다. 그러나 오늘 참배를 한 「참좋은 우리절」은 전주시 완산구 삼천산 자락에 위치했으나 제17교구 관할이 아닌 조계종 직할교구 소속 사찰이다.
산중턱에 위치한 사찰은 좁은 농로를 따라 족히 30분은 걸어야 닿을 수 있었다. 3층 콘크리트로 지은 현대식 사원 건물은 천태종 사찰 건축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찰 마당에는 오늘 있을 관세음보살입상 점안불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차양을 치고 제단을 차리는 사람들이 종무원이 아닌 신도들이었다. 입구 도로에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차량 안전한 운행과 주차를 도왔다.
이번 취재의 편의를 제공한 박성웅 사무국장을 만나러 사원2층 종무실을 찾았다. 종무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모두가 환한 웃음으로 ‘반갑습니다.’ ‘어서오십시오’하며 인사를 건냈다. 기분이 좋았다.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간단히 신분을 밝히고 용무를 말하자 한 보살님이 직접 안내를 해주신다. 보살님의 친절한 안내로 어렵지 않게 박성웅 사무국장을 만나 그간의 안부를 묻고, 오늘 취재의 방향을 설명했다. 사찰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고, 먼저 3층 큰법당에 올라 부처님 전 삼배를 올리고, 잠시 입정하고 육자진언을 묵송했다.
종무소와 소법당, 사원 마당의 행사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삼천산의 기운 때문인지 이곳 불자들의 신심이 뭉쳐진 법당이라 그런지 무더위의 짜증도 금방 내려놓을 수 있었다.
관세음보살 입상 점안법회
「참좋은 우리절」은 대법당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셨다. 이날은 신도들의 염원을 모아 사찰입구 마당에 새로 ‘관세음보살 입상’을 모시고 점안법회를 봉행했다.
신도로 보이는 보살님이 사회로 시작된 법회는 주지 회일 스님의 집전으로 약 300여명의 신도들이 동참했다. 점안의식에 이어 관세음보살에게 올리는 육법공양은 그동안 기자가 참관한 여느 사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공양에 참가한 신도들은 20-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평범한 법복을 입고 각자 한 가지씩의 공양물을 정성껏 올렸다. 바로 가정에서 조상이나 부모에게 공양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불필요한 예법과 가식은 버리고 공덕으로 올리는 육법공양이었다. 이 절이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사찰이라 대변해 주는 모습이다. 관음경 독송으로 점안식이 끝나자 신도들은 각자 방석을 챙겨들고, 3층 큰법당으로 질서 있게 이동하여 일요법회와 백중 영가 천도제 (총 7재 중 6재)를 봉행했다.
전북 베트남 불자회 ‘원오도량’ 창립 법회
이날 오후에는 전북지역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가족 등 40여명이 3층 큰법당에서 ‘전북 베트남불자회 창립법회’를 봉행하였다. 법회는 베트남 출신 드엉탄 스님과 광민 스님이 베트남어와 자국의 불교의식으로 집전했다.
다문화가정 지원 단체인 「(사)착한 벗들」의 대표인 참좋은 우리절 주지 회일 스님은 지난 2012년부터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적응과 취업 및 창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착한 벗들에서 활동중인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 자발적으로 베트남 전통방식의 법회를 열자는 의견을 모았다. 주지 회일스님과 착한 벗들의 간사로 일하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홍현주씨가 지난2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서울, 광주에 이어 세 번째로 불자회 창립의 결실을 보았다.
불자회는 매월 정기법회와 지역 사찰별 순회법회를 통해 불심을 높이고 친목을 도모하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 할 예정이다. 또한 베트남 불자들을 위한 전용 법당 건립과 베트남 고승 초청 법회도 계획 중이다. 이날 모인 베트남 가족들은 서로가 언니, 동생, 이모, 삼촌으로 부르며 고향을 떠나 멀리 정착한 고달픔을 서로 달래고,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충실하기를 부처님께 기원했다.
자원봉사와 다양한 신행 단체의 적극적인 활동
참좋은 우리절이 전북 불교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신도들이 젊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노장님들도 보이지만 공양간, 법회준비, 종무소, 어린이법당, 주차 봉사 등 에 참여하는 신도들이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40대가 중심축을 이루고 노장들의 지도와 조언을 받아 신행 단체를 구성하고, 신심에서 울어난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된다.
신행조직으로는 65세 이상의 불자들로 구성된 ‘미타회’, 45세 이상 거사들로 구성된 ‘거사회’, 보현보살의 행원력을 바탕으로 신행에 정진하는 보살들의 ‘보현회’, 문수보살의 십대원을 바탕으로 신행에 정진하는 ‘문수회’, 부처님께 음성 공양을 올리는 ‘합창단’, 참좋은 우리절 불교대학을 졸업한 법우들의 모임인 ‘불교대학 동문회, 만 19세에서 35세까지의 청년들의 모임인 ’청년회‘가 활동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 모임은 기도 제사 운영과 법당을 관리하는 모임인 ‘법당운영회’, 법회를 준비 및 정리를 하는 ‘법회지원회’, 신도들의 신행상담, 애경사를 지원하는 ‘법등회’, 신도들의 기도 접수와 종무소 업무를 지원하는 ‘사무지원회’, 공양간을 지원하는 ‘공양간지원회’, 도량시설과 외부환경을 담당하는 ‘시설관리회’, 불교대학의 운영과 관리를 지원하는 ‘불교대학 운영단’이 사찰의 모든 일을 관장하고 있었다. 신도들은 사찰을 자기 집이라 생각한다. 청소부터 큰 법회까지 서로의 작은 힘을 모아 운영해 나간다.
매주 일요일 봉행되는 일요법회에는 약200여 명의 신도들이 동참한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우리절에 어린이와 유아들은 소법당에서 어린이 법회에 동참하거나, 놀이방에서 자원봉사 이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신도들은 마음 편히 자원봉사와 신행 활동에 참가 할 수 있다.
신도들은 우리절에 와서는 모두가 가족이 된다.
한 가족이 되어버린 「참좋은 우리절」 신도들
참좋은 우리절의 위치는 전주 완산구 외곽에 있다. 큰 대로에서 좁은 농로를 따라 걸어서 30분은 족히 걸리는 산 중턱에 있다. 한마디로 접근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정’이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 주는 마음, 부처님의 품안에서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다. 비록 도회지의 이웃 종교와 대형 사찰 보다는 규모나 신도 수는 작지만 이 사찰만의 특별한 힘인 가족 같은 정이 큰 신행의 원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전북 지역은 이웃 종교에 비해 불교의 교세가 약하다. 가까운 익산은 원불교의 성지이고, 시내 전동 성당을 중심으로 한 천주교도 교구를 이룰 정도로 그 세력이 크다. 총지종도 흥국사와 만다라 요양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수많은 물건들이 진열된 대형 마트가 바로 옆에 있어도 언제나 구수한 정담과 인정이 오가는 전통시장이 그 명맥을 이어가듯 불교도 우리 정서와 우리의 유전자 속에 깊이 자리한 전통시장의 단골집 같은 곳이다. 언젠가 다시 올지 모르는 우리 불자들의 발걸음을 맞을 준비하고 저극적인 교화를 서두를 시기다.
전주=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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