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tory(하나의이야기)
Simon Park (박지관),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어린 시절 한국에서 주말의 명화를 기다리며 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70-80년대 만 해도 주말에 TV에서 외화를 특집으로 많이 보여 주곤 했습니다. 특히 설, 추석 명절에는 각 방송마다 두 세편씩 방영하기도 했지요.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밖에서 뛰어 놀다가도, 영화가 시작될 무렵이면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벌써 식구들은 텔레비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던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상영 되었던 많은 외화들은 미국 영화배우 ‘존왜인’과 지금은 영화감독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이었던 서부 영화들로 기억됩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인 카우보이 또는 보안관은 우리 편 즉 착한 사람으로, 인디안과 솜블레로라 불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멕시칸들은 모두 야만인이고 죽여야 될 나쁜 사람들이었습니다. 선과 악, 흑과 백의 논리가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화들 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One story (하나의 이야기)에만 노출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직접 알아 보려는 노력도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정보를 여과없이 받아 들이며 One story 에만 노출이 되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마음속으로 미리 단정을 지어 버립니다. 자기가 정해 놓은 가치관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만나면,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릴적에 서부 영화를 보고, 카우보이는 착한 편 인디안은 나쁜 편이라고 무의식중에 결정을 했듯이, 아주 빠르게도 좋고 나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봅니다. 그래서 점점 쉽게 사람들을 묶어서 분류를 해버리고, 나중에는 그 분류작업이 자동화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UN에 온것 처럼 세계의 정말 많은 인종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정말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서 온 사람들의 그들의 '다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들으며 나의 이야기들도 나누는 열린 교제를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열려 있는 마음에만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다는 겁니다. 좋고 나쁘다는 분류보다는 그저 다르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른 이야기들이 나의 삶을 살찌게 한다는 것 말입니다.
한국을 떠난지 오래된 제자신이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그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가져오는 그 다양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줘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제는 단일민족이란 이름으로 One story(하나의 이야기)를 고집할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마음을 열어 그들의 다른 이야기들을, 나쁘거나 좋다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그 자체로 우리의 열린 마음에 담아줄 때 우리의 삶도 그들의 삶도 풍부해지리라 봅니다.
Simon Park (박지관),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
뉴질랜드에 이민 온지 16년이 되어가며 현재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서 아내와 8살 딸아이와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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