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대만불교연수 동행 참관기
불교총지종이 창종 이후 처음으로 전 현직 스승들을 대상으로 대만불교연수를 다녀왔다. 1, 2차로 나누어 다녀온 이번 연수는 하나라도 더 배우고, 하나라도 더 체험하려는 열기로 4박 5일 전 일정이 열기로 가득했다. 스승님들과 함께 수행한 교무들도 많은 것을 함께 배우고 나누 뜻 깊은 시간 이었다.
4월 9일
불교총지종 대만불교연수단 1차 33명(단장: 지성 통리원장)은 통리원 2층 반야실로 모여들었다. 총지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대만 불교연수의 사전 미팅을 가지기 위해서다.
이인옥(국제불광회 한국 사무 부총장) 선생의 일정 소개와 함께 대만의 불교 현황과 규모에 대한 간락적인 브리핑을 받았다.
지성 통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연수는 관불과는 확실히 다른 성격의 여행입니다. 세계불교계에서 그 위치를 확실히 굳혀가는 대만 불교의 현실을 둘러보고 종단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해야 합니다. 종령님께서도 특별히 몇 가지의 과제를 내려주셨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한발 앞선 방편으로 조직적 발전을 이룬 대만불교의 장점을 잘 배워오기를 당부 했다. 또한 연수를 끝내는 시점에 주어진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모두 제출 하도록 하였다.” 참가하는 스승님들은 재차 결의를 다지며 가슴으로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했다.
4월10일
오전 8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제1차 연수단은 해외로 떠난다는 설렘 보다는 연수 일정을 잘 소화 할지 모두가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이전에 종단을 대표하여 불교계 공동으로 참가했던 해외 행사와는 달리 무언가를 배우러 간다는 긴장감은 노소를 떠나 모두에게 공통되는 느낌이다.
발 빠른 교무들의 안내로 무사히 짐을 부치고, 출국장을 빠져 나와 탑승구로 향했다. 예정에는 중화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항공사의 사정으로 제휴사인 대한항공을 편을 탑승했다. 부처님의 작은 배려일까? 총지종 연수단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우리나라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하신 걸까? 모두들 부처님의 가지력이라 믿고 먼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으로 점심공양을 대신하고, 예정된 시간인 현지시간 12시 정각에 타이페이 타오웬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우리의 인천과 김포공항의 규모가 워낙 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지방의 작은 공항에 내리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대만의 국부인 ‘장제스’ 공항으로 불리던 중화민국 최고의 관문이었다.
입국장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라 임시 칸막이로 막혀있었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 공사 현장의 느낌을 여기서 왜 받는 걸까? 공항을 나서자 숨이 턱 막혔다. 역시 더운 지역이었다. 대만의 북부 지역인 타이페이가 이리 더우면 남부에 위치한 불광산사 이나, 까오슝 지역의 날씨는 완전히 열대의 기후를 맛볼 것 같다. 그래도 이국이라는 설레임이 앞선다.
현지 가이드가 마련한 관광버스에 올라 첫 방문 사찰인 타오웬의 불광산사 소속 금광명사(금광명사)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 야자수도 보이고, 우리의 지방 마을로 향하는 느낌이다. 금광명사는 불광산사의 타이페이 지역 거점 사찰로 지역 주민의 교육과 수행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 하에 건립되었다.
사찰에 도착하자 사원의 주지스님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사원의 규모가 크다. 타이완의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에 비하면 크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륙에서 온 스승을 모셔서인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정방형으로 가운데 중정을 두고, 정면에 대웅보전을 둔 콘크리트로 지어진 4층짜리 건물이다.
회랑을 끼고 양옆으로 교실들과 활동 공간들이 들어서있다. 먼저 대웅전에 들러 참배를 드렸다. 옥석으로 조성된 본존은 언 듯 보아 대륙의 운강이나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의 상호를 연상시킨다. 좌상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비례가 조금은 안 맞아 보인다. 우리 석굴암 부처님의 완벽한 비례가 눈에 익어서 인가 어색하다. 이인옥 선생의 통역으로 금광명사의 교육 시스템과 지역에서의 역할등을 안내받고, 사원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먼지 한 점 찾아볼 수 없다.
대웅전의 벽면에는 이 사원을 건립 할 당시 모연에 동참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뭇잎 모양의 타일에 새겨져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사원 창건비에 빼곡하게 이름을 새겨 넣었을 법한데, 발상이 특이하다. 전체적인 느낌은 현대적이지만 장엄함을 잃지 않은 도심 전통사원의 모습이었다. 주지스님과 자원 봉사자들의 상냥한 미소를 뒤로하고 연수단은 두 번째 방문 사원인 불광산 타이페이 도량으로 차를 달렸다.
타이페이 번화가인 송륭(松隆)로에 자리한 타이페이도량(佛光山臺北道場)은 겉은로 보기에는 평범한 상가 건물이다. 총 10여층 정도로 보이는 건물의 입구 층에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총 6개 층을 사용 중이었다. 먼저 법당에 들러 참배부터 올렸다. 이곳 주전은 여래전으로 다섯 분의 부처님을 모셨다.
도심 사원이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법당 장엄에 많은 정성을 쏟은 공력이 느껴졌다. 법당 옆으로는 불교용품점이 들어있다. 이곳은 복합 기능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건물을 한 층씩 매입하여 위성방송국, 국제불광회본부, 미술관, 교육공간 등을 배치했다.
불광산사는 일간신문과 위성방송국을 운영 중이다. 일간 인간복보(人間福報)는 타이페이를 대표하는 신문으로 중화 항공 기내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특히 이 신문은 사건, 사고 위주의 기사를 탈피해, 생활 속의 미담 등을 주로 소개해 따뜻한 정을 전하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위성 방송은 24시간 전파를 쏜다. 주로 법문, 미담, 전통문화, 다큐멘타리 등을 편성한다. 간혹 불교와 관련된 드라마를 편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광고가 없다. 운영비 전체를 불광산 신도들의 보시로 운영 된다. 광고가 없다면 그만큼 편성이 외부의 힘에 영향을 받지않는다는 뜻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제작 스튜디오와 주 조종실등 관련 시설을 둘러보는데, 100% 디지털화 되어 메인 서버는 증권사 전산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또 다른 층에는 불광산사를 움직이는 신도조직, 국제불광회 본부가 있다. 아시아 대륙을 넘어 전 세계에 조직 되어 있는 불광회는 봉사, 포교를 목적으로 한 신행단체로 독특한 조직 구성과 운영으로 가장 모범적인 단체 운영으로 유명하다. 자원 봉사자들이 입은 전통의상은 단아하면서도 불광산사의 조직의 견고함을 나타내는 또 다른 아이콘이었다.
자원봉사자로 임명되기 까지 수많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우리네 어느 동네 불교처럼 보시금의 규모로 회장되고, 부회장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철저히 ‘복’을 지어 업장을 소멸하기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성운대사가 창립한 불광산사는 대만을 대표하는 불교 문파다. 선불교적 전통을 고수하는 중국불교의 영향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인간 속으로 들어와 따뜻한 공동체를 이룬 대사의 높은 뜻에 다시 감탄한다.
아침 6시 30분에 서울 총지사에서 출발하여, 2시간 반을 날아 이국땅에 왔고, 쉴 틈 없이 두 군데의 사찰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와 강행군으로 조금은 피곤했지만, 모두들 만족스러운 첫날을 보냈다. 오후 8시 저녁 공양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하루의 일정을 마쳤다.
4월 11일
타이페이에서의 아침을 맞았다. 호기심에 창문을 열어보니, 모두들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거리는 자동차보다 스쿠터들이 더 많다. 아니 자동차가 스쿠터들 틈에 한 대 정도 끼어 있는 듯했다. 현지 가이드의 말로는 타이완의 인구보다도 스쿠터의 수가 많다고 한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연수단은 대만의 중부지역 화련에 위치한 자재공덕회를 방문하기위해 타이페이역으로 향했다.
타이페이 도심의 기차역은 대규모 쇼핑몰과 같이 있다. 하지만 열차의 출발과 도착은 지하에서 이루어 졌다. 우리나라 지하철역과 똑같은 구조다. 하지만 간선 기차가 드나들어 선지는 모르지만, 공기가 답답하다. 우리나라의 새마을호 정도의 열차를 타고 우리는 타이페이를 빠져 나왔다.
화련으로 가는 중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태평양이다. 바다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중간 중간 세멘트 공장을 볼 수 있었다. 화련 지방은 유명한 석회석 산지다. 석회석이 오래 묵으면 화강암이 된다. 화강암이 다시 오랜 시간을 지나면 대리석이 만들어진다. 오늘의 일정 중 대리석 계곡이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이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까지 되었는지 궁금하다.
약 2시간 반을 이동하여, 화련역에 도착했다. 조용하다. 우리네 시골역 같은 느낌이다. 아침 무렵 오락가락 하던 비는 그치고, 열대의 햇살이 머리위로 내리쬔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자재공덕회를 방문했다. 먼저 병원 앞에서 내린 우리 일행은, 병원 로비를 통해 자재공덕회 본부인 정심당으로 이동했다. 병원로비의 환자를 돌보는 부처님상이 모자이크화로 한쪽 벽면을 장엄하고 있었다. 병원의 자원 봉사자들이 매일 아침 이 불화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예불을 올린다 한다. 이곳은 자재공덕회의 본부로 쓰이는 정심당과 병원, 의과대학 등이 들어서있다. 역시 크다. 대륙이라 그런가? 다시 한번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자재병원은 스님들과 빈민들에게는 모든 치료가 무료로 행해진다. 특히 외국인 스님들도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곳 병원이 자랑하는 시설 중의 하나가 세계최대의 골수은행이다. 타이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나 골수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 된다.
자재공덕회 기념관은 지하층에 자리했다. 역시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모두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안내에 따라 전시관으로 이동하여 증엄 스님의 출가와 구도, 자재공덕회의 조직구성 등을 이인옥 선생의 통역으로 들었다.
처음 전시관을 들어서 길어야 삼십분 정도면 관람이 끝나리라 예상했다. 아니었다. 전시관을 다 둘러보는 데만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전시관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따라 자제공덕회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상까지 제시한다. 특히 긴급 구호단체를 표방하는 자제공덕회는 아이티 대진진이 나자 바로 다음날 전세기로 현장에 도착했다 한다.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의 스님들은 철저히 계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원으로 부터는 기본적인 것만을 제공 받을 뿐 모든 생활은 자신이 스스로 일구어 나가야 한다. 불자들이 내는 보시금도 반드시 사용처를 기재 해야만 받는다. 자재공덕회 긴급구호사업의 재원 마련 방법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자원재활용 사업이다. 지역의 재활용품을 수집하여 환경도 살리고, 재원도 마련하는 방안이다. 무의탁 노인들이 길거리를 해매며 박스를 수집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다르다.
자제공덕회의 구제사업은 종교, 국경, 인종을 구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자 대비의 정신을 실천하는 단체이다. 전시관을 둘러본뒤 법당으로 올라같다.
처음에는 교회인 줄 착각할 정도로 분위기가 기독교 적이다. 전면의 불화는 증엄스님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이다. 관세음보살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자제공덕회 신도들의 눈에는 증엄스님은 이미 관세음보살이상으로 존재하는 듯 했다. 이 법당에서 한 가지 주목 할 점은 의자에 있었다. 절도하고, 경전을 봉독하는 독서대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든 것이 신기 할 따름이다. 공간의 다양한 활용이 눈에 들어온다. 연수를 마친 후 연수단은 자재공덕회로부터 약 30분 거리에 있는 ‘태로각’ 대리석 계곡으로 향했다. 잠시나마 연수의 부담을 놓고 타이완의 자연을 맞으러 간다. 계곡으로 가는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 하다. 이 깊은 산속에 누가 길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대륙으로부터 밀려 나온 장제스 군대는 여러 번 대륙으로의 복귀를 노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장제스는 유휴 군인들을 동원하여 대만의 동서를 있는 도로를 만들라 명령한다. 수많은 군인들이 이 험한 협곡에서 목숨으로 길을 만들었다 한다. 제주도의 5.16도로가 떠오른다. 박정희 대통령이 5.16 후 전국의 깡패들을 국토건설단으로 동원 한라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든다. 조금은 다르지만 많이 비슷한 점을 느낀다.
협곡은 평균 수십미터에 이른다. 산 정상 쪽으로 갈수록 하얗게 배를 드러낸 대리석 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런데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관광객을 실은 차량의 엔진소리와 인파들로 자연의 소리가 묻힌 것이 못내 아쉽다. 관불을 마치고 저녁 공양을 위해 화련역으로 갔다. 모두들 맛있게 공양을 들었다. 첫날에는 강한 향신료 냄새로 음식이 입에 낯설었다. 그래도 하루를 지냈다고, 이제는 먹을 만하다. 다시 2시간 반을 열차로 타이페이에 돌아왔다. 호텔에 들어서자 작은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오늘이 대구, 경북 교구 교구장 지공정사님의 생신인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 간단히 케익을 자르고 스승님의 건강을 서원했다. 먼 길을 다녀왔지만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왔다. 내일은 타이페이를 떠나 대만의 남부지방으로 간다.
취재=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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