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기, 공생으로 넘자” 세계 석학들 한목소리
묘공당 대행 선사 열반 10주기 국제학술대회 개최
기후 위기 등 지구촌의 당면 문제에 대한 성찰과 공생(共生)의 실천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한마음선원 산하 한마음과학원(원장 혜수 스님)은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3층에서 ‘뉴노멀 시대, 지구촌 공생의 삶: 마음, 과학, 종교’를 주제로 ‘2022 한마음과학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삼혜 스님,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 안양본원 주지 혜솔 스님, 이원욱 국회정각회 명예회장,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은 대회사를 통해 국제학술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스님은 “대행 선사께서는 지구의 일체 생명이 고통스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셨고, 그 가르침은 지구사랑 실천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법이나 생각의 흐름에서 다른 부분이 있을지라도 지구촌을 살리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은 우리 모두 한 방향이고 한마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행 선사께서는 종교의 이름이 다를 뿐이지 근본적인 가르침은 동일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대행 선사 열반 10주기에 개최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공생’을 강조하신 선사의 뜻에 따라 대화와 화합의 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총무부장 삼혜 스님이 대독한 격려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환경과 코로나, 전쟁의 위기는 타인을 이용하고 자연을 수단으로 여기면서 모든 것을 함부로 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런 의미에서 ‘뉴노멀시대 공생의 삶’을 대주제로 열리는 한마음과학 국제학술대회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학술대회로 회향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원욱 국회정각회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실제의 삶 속에 적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생활과학인 ‘한마음과학’의 정신이 전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김대현 종무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공생의 삶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위기에 처한 지구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불교, 기독교, 가톨릭 등 5대 종교 전문가 및 학자들이 소통하는 이 자리가 우리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단서와 해답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묘공당 대행 선사 열반 10주기를 맞아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미국·캐나다·독일·이스라엘·아랍에미레이트·대만·아르헨티나 등 8개국 20여 명의 석학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석학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문제를 되짚고 공생, 통합, 평화의 방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3일간 이뤄진 국제학술대회는 기조강연, 특별강연 2회, 발표세션 6개와 특별세션 1개로 구성됐다.
기조강연으로는 한마음선원 진주지원장 혜근 스님이 ‘만물만생과 통하는 한마음’을 진행했으며, 특별강연은 아키바 토르 이스라엘 주한대사와 압둘라 샤이프 알 누아이미 아랍에미레이트 주한대사가 진행했다.
발표 세션은 △현대사회와 종교의 실천적 역할 △생명 위기를 통한 미래의 성찰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가치 △관법 수행과 소통 △공생과 사회적 실천 △마음과 의학, 건강한 삶 등으로 구성됐으며 주제에 맞춰 석학, 전문가들의 발표들이 진행됐다.
세션 ‘생명 위기를 통한 미래의 성찰’에서 ‘팬데믹과 죽음의 그늘 속 영적 보살핌 필요성’을 발표한 독일 본대학 만프레드 후터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나타난 종교적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후터 교수는 “진보적 성향의 종교 공동체는 당국의 규제를 따르고 지지하는 데 적극적이었다”면서 “‘근본주의’ 단체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죄 많은 세상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는 종말론적 상징으로 간주하거나 인간을 구제하는 신성한 초자연적 힘을 믿으며 공적 규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세션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가치’에서는 대행 선사의 가르침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살핀 논문과 대행 선사와 신학자 한스 큉을 비교·고찰한 논문이 눈길을 끌었다.
정상만 파평중 교사는 ‘대행 선사의 가르침에 비춰 본 수행적 관점에서의 가족의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서 가족주의가 어떻게 형성·발전됐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대행 선사의 가르침은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폈다.
한마음아카데미 연구실장 혜유 스님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한스 큉과 대행 선사 제안 비교’에서 개혁적 신학자 한스 큉과 선사를 비교했다. 스님은 “한스 큉과 대행 선사는 정반대의 환경이었음에도 한스 큉은 현대 가톨릭 개혁의 첨병을 넘어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윤리를 제청했고 대행 선사의 사상과 행적은 한국 불교의 혁신적 행보를 보였다”면서 “서양과 동양, 서로 다른 환경에서의 성장, 남녀 등 모든 차이를 넘어 두 혁신가가 바라본 지구의 위기와 대처는 흥미롭다. 실천방안은 다르지만 정신계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세션 ‘마음과 의학, 건강한 삶’에서는 물리적 치료에 국한된 현재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연구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장미란 연세대 의과대학 연구원은 ‘암 치유를 위한 마음과 마음의 연결’ 발제에서 물리적 치료만이 암 치유의 근본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하고 심성과학으로의 발전 방안을 살폈다.
암 환자에게 마음챙김이나 요가를 통한 마음 조절을 시행했을 경우 스트레스 감소뿐만 아니라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장 연구원은 “마음-육체 연결(mind-body connection)과 신체 건강과의 잠재적 관련성 및 효과가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음에 의해서 육신이 움죽거리는 걸 알게 되면은 병이 낫는 것이고 마음과 마음이 둘 아니게 돌아갈 수 있는 그 과학적인 사실이 그대로 심성과학이다”라고 설한 대행 선사의 법문이 향후 나아갈 길임을 강조한 장 연구원은 “우리 몸의 세포가 마음과 연결돼 끊임없이 협력한다는 인식으로 암 치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식을 통해 지구촌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치엔테 린 대만 츠지대 종교인문연구소장은 ‘전염병 시대의 부처님 가르침: 츠지(慈濟)의 채식주의 운동’을 통해 츠지재단 설립자 청옌 스님이 코로나19 시대에 설한 가르침과 채식주의 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청옌 스님은 자연을 존중하고 지구를 사랑하며, 재난 속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전염병 예방과 재난 구호에서 대중의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채식주의를 장려해 왔다.
치엔테 소장은 “채식주의 식단은 마음을 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친절과 연민의 마음을 증진시키고, 장기적으로 도덕적인 가치를 통해 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 도덕적 수양을 하며 전염병에 대응하는 것은 불교의 업설과 인본주의 불교 정신을 모두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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