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성불자의 수행처는 가정으로 부터
- 린첸 칸토 TNU총재. ‘티벳 불교의 여성 수행 전통’을 주제로 강연
불교여성개발원(원장: 김애주)은 7월 8일 조계종 불교문화역사관에서 티벳 망명정부의 여성
지도자 린첸 칸토 총재를 초청. ‘티벳 불교의 여성 수행 전통’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린첸 칸토 총재는 티벳과 인도의 여성 수행자를 위한 ‘티베트 넌 프로젝트’(Tibetan Nuns
Project) 운동을 이끄는 여성 지도자로 티벳 망명정부에서 보건부,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1984년 ‘티베트 여성 연합’을 창립하여 티베트 여성과 어린이의 교
육, 환경, 복지, 망명가족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였다.
1957년 중국의 티베트 탄압으로, 자주성을 상실한 티벳인들은 현재까지 약 14만명이 전
세계로 망명하기에 이른다. 이 숫자는 현재 티벳 지역에 남아 있는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이
다. 망명자들의 대부분은 인도에 정착 했으며, 인도 정부의 협조 아래 ‘망명정부’를 구성 활
동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정치와 종교가 합일된 조직체를 구성하고, 꾸준한 활
동으로 전 세계에 티베트의 현실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했다. 달라이 라마는 민주주의에 입
각한 정부 조직을 구성하고, 언제든 환국하게 되면 민주국가를 이루기 위해 준비 해왔다.
특히 망명 국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망명학교를 세우고 티벳의 언어, 문화,
종교를 중점적으로 가르쳐, 티벳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여성
들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성과 동등한 역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하였다.
망명 정부로 찾아오는 비구니 스님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자, 달라이라마는 린첸 칸토
총재에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중국의 혹독한 탄압을
견디다 못해 히말라야를 넘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 비구니 스님들은 정신적, 육체적으
로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린첸 칸토 총재는
상처 받은 여성 수행자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음식과 거처를 마련해 주는 일을 시작한
다. 이것이 오늘날 ‘티베트 넌 프로젝트’(Tibetan Nuns Project) 운동의 시작이다. 현재 돌
마링을 비롯한 4개의 비구니 사찰을 건립하고, 교육, 건강, 수행을 돕고 있다. 이 운동은
이전 티벳에서 승가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수행자들이 비구스님들과 동일 한 교재와 과
정으로 교육받고 수행 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립 하였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현재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학승으로 수행 정진 하고 있다. 린첸 칸토 총재는 나날이 늘어가는 비구니
수행자들을 보살피기 위한 재정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순방하며 기금을 모금해 왔다. 한국
은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 방한했을 때 린첸 칸토 총재는 “ 나 자
신을 위해 구걸을 한다면 창피한 일이지만, 모두를 위해 구걸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라며
‘티베트 넌 프로젝트’(Tibetan Nuns Project) 운동을 지원 해 줄 것을 한국 불자들에게 호
소했다.
린첸 칸토 총재는 티벳 불교의 여성 수행 전통에 대해 가정을 제일의 수행처로 꼽았다.
수행은 24시간 내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자신이 있는 자리가 바로 수행처라는 것이다. 특
히 여성 불자들은 가정 내에서 어머니로, 아내로 각각의 주어진 역할들을 수행한다.
이는 큰 인내와 끈기, 친절과 자비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수행의 방편이자 실체라는 것이다. 매일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고, 부정적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좀 더 행복해 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린첸 칸토 총재는 자신을 자동차
에 비유하며, 고장이 나거나 운행에 문제가 있을 때 정비소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듯
이, 수행에 문제가 있을 때 사원을 찾아 스님들과 상의하고 도움을 받는다 했다.
내 몸을 움직이는 운전사는 바로 자신이므로 생활도 수행도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
요하다고 강조하고, 이것이 바로 티벳 여성불자들의 수행이라 전했다. 린첸 칸토 총재의
이번 방한에는 달라이라마의 막내동생이자 나리 린포체인 남편과 동행 했다.
불교문화회관=김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