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이 가다
부산. 경남 통신원 편
불지종찰 통도사
지난해 11월 ‘총지종보’ 전국 통신원 워크숍에서 토의 결정한 ‘편집위원이 가다’ 부산. 경남 편을 2월 8일 양산 통도사 일원에서 취재했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했다. 부산. 경남 지역 통신원들과 멀리 서울에서 지역 통신원들과 함께하고자 4분의 편집위원과 경북 영천 단음사 권순복 통신원도 참석하여 한바탕 취재 경쟁을 펼쳤다.
오전 12시 통도사 산문 앞에 모인 통신원들은 먼저 점심식사와 간단한 회포를 풀었다. 서울워크숍 이후 2달 만에 만난 통신원들은 그간의 안부를 묻고, 종보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현재 게재중인 진언행자 생활 광고에 대한 수주 방법과 지역 기사 전달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지역에서 가능한 광고와 기사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점심공양은 부산. 경남 신정회 신인록 회장님께서 준비해 주셨다. 에너지를 가득 충전 한 후 본격 적인 취재를 위해 통도산 산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년의 노송, 위원들을 반기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하지만 동장군의 기세는 만만치 않은 겨울 바람을 불어대고 있었다. 위원들은 통도사 산문을 통해 일주문 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산문을 들어서자 고찰로 인도하는 송림길이 우리를 맞았다. 그야말로 명품길이다. 통도천을 따라 일주문까지 약 1.6KM 정도 이어진다. 길의 좌, 우로 홍송(혹은 적송)이라 불리는 수백 년 된 소나무는 춤을 추듯 오솔길을 감싼다. 사람들은 이 길을 무풍한송(無風寒松)길이라 부른다. 편집위원들은 그동안 자주 참배하지는 못하지만 통도사를 들를 때마다 차를 타고 일주문 근처 주차장에 내린 기억들이 많다. 그만 놓쳐 버렸던 것이다. 문명의 편리함에 천년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수많은 불자들과 과객들이 그러했듯이 소나무의 군무를 바라보며 부처님 전으로 다가간다. 위원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주인공이 되어 솔밭 길을 걸어갔다.
한국 최대의 성보 박물관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부도원에 다다른다. 통도사 산내에 여기 저기 산재해 있던 고승들의 부도와 비석들을 1993년 가람 정비 사업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승탑이라고도 불리는 고승 부도 60여기와 탑비, 공덕비, 중수비 등 60여기가 한자리에 있다. 부도원 앞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석당간이 하늘을 향해 서있다. 대부분의 당간은 지주 역활을 하는 석축과 청동으로 만든 당간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곳 당간은 구성체 모두가 화강암으로 만든 특이한 형태로 양산시 유형문화재 제403호로 지정돼있다. 당간의 중앙에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우리나라 최대의 성보 박물관인 통도사 성보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한국최초의 불교전문 박물관으로 성보문화재 약 3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찰 부설 성보박물관이 유물 전시관의 기능만을 하는 반면 이곳은 학예 연구와 교육 문화기능을 모두 갖춘 박물관이다. 이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 최초로 불교회화실을 개설하고, 높이 10미터 이상의 대형 괘불을 상시 전시한다는 점이다. 위원들이 박물관을 찾았을 때는 청주 보살사 괘불을 전시 중이었다. 높이 6미터의 이괘불은 화기를 통해 조선 인조 27년 서기 1649년 제작되었다. 모시에 배접하여 석가모니 영산회상도를 그렸다. 결가부좌한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교화성중, 대신, 사천왕 등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1997년 문화재청은 보물 제1258호로 지정했다. 일층 전시실은 통도사 역사 유물관이다. 통도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646년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사리, 가사, 대장경을 금강계단에 봉안하고 창건한 사찰이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승려가 되고자하는 출가자들이 모두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고 득도하거나, 법을 깨달아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과 통도산를 둘러싼 산의 형세가 인도의 영축산의 모습과 통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시실은 통도사의 역사와 전래 유물을 전시하여 관람자들에게 통도사를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이 박불관의 자랑인 불교회화실이 나온다. 통도사 각 전각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봉안되어 오던 불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불화의 밑그림인 초본을 비롯하여 소형 사경 변상도와 초대형 괘불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불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증 유물실에는 부산에서 내과의로 40년간 의술을 펄친 월저 김진조 박사가 기증한 한국화, 도자기 등 수집품들을 전시한다. 박물관을 나온 위원들은 원정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원정대성사의 유물도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서원했다.
항아리의 비밀을 찾아라.
통도사는 통도천을 끼고 구릉지에 형성된 특이한 지형이다. 자장율사가 창건할 당시 신라의 가람배치는 정방형의 너른 들에 남북으로 전각을 배치하는 형태가 전형적인 법식이었다. 그러나 통도사는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된 자유로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상로전과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중로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하로전으로 구분되어진다. 현재 경내에는 12개의 큰 법당과 영축산내 20개의 암자를 포함해 전각의 수는 80여동에 이른다. 통도사 전각을 유심히 살펴보다보면 건물 지붕아래 평방위에 작은 항아리들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위원들은 이항아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담아두었을까? 왜 올려 두었을까? 궁금했다. 모두들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다. 항아리의 비밀은 소금 단지였다. 화재를 예방하기위해 소금을 올려 두었다 한다. 소금과 화재 예방과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취재 결과는 소금은 거대한 바닷물을 상징한다. 바닷물의 거대함 위력으로 화재를 막으려는 의도로 단지를 올려 두었던 것이다. 불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화재 예방을 위한 방편으로 바닷물이나 소금을 항아리에 담아 묻는 풍습이 있었다. 해인사의 경우에는 절과 마주보는 매화산 남산 제일봉 꼭대기에 소금단지를 묻고 화마의 기운을 누른다. 소금은 그 특성과 색깔에 주술적인 힘을 부여하여 민간신앙에서 자주 등장한다. 소금이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막듯이 민간에서는 제액, 정화, 축귀용으로 소금을 사용한다.
자장율사와 금강계단
통도사는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삼보사찰 중의 하나다. 삼보는 불, 법, 승을 의미한다. 통도사는 그 중 불보사찰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이 있다. 자장율사는 신라의 진골 출신으로 속명은 김선종랑이다. 세상의 번거로움이 싫어 깊은 산에서 수행하였다. 선덕여왕 5년에 제자10여명과 함께 당나라로 불법을 배우러 떠난다. 이곳에서 자장율사는 청량산 문수보살상에 기도하고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 불두골 한조각과 함께 사구게를 받는다. 스님은 신라로 돌아와 분황사에 주석하고, 황룡사 9층 대탑을 조성하고 제2대 주지에 취임한다. 통도사에 진신사리를 봉안, 금강계단을 조성하여 승려들의 비구계를 내리는 성역으로 조성한다. 지금도 조계종에서는 단일계단으로 비구계는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전수한다. 위원들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 두 손 모아 참배하고, 총지종 교세발전을 서원했다. 대웅전은 두 개의 건물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특이한 형태다. 동서남북으로 4면 현판의 이름을 달리한다. 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은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이란 이름으로 편액을 걸었다. 모두가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을 표현한 것으로 조선 중기 불교 건축의 특수한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위원들은 남쪽의 금강계단 현판아래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경내 취재를 마쳤다.
서운암 된장 이야기
통도사는 20개의 산내 암자를 가지고 있다. 암자마다 나름대로 특별한 향기를 품고 있다. 위원들은 서운암을 참배하기로 하고, 차량에 올랐다. 서운암은 해매다 봄이면 들꽃축제로 유명하다. 서운암 너른 들에 가득 피어난 들꽃들의 향기는 겨울이라 찾을 수 없었다. 위원들을 맞은 것은 나란히 줄지어 늘어선 항아리였다. 서운암은 성파스님의 원력이 아니면 오늘의 모습을 갖출 수 없었다. 성파스님은 서운암을 중창하고, 85년부터 5년간 도자 3,000불을 조성 봉안했다. 십육만도자대장경의 대불사를 1991년 6월에 시작하여 2000년 9월 완성하였다. 사라졌던 전통 쪽 염색을 재현하고, 3년간의 연구 끝에 약 된장과 간장을 개발 사바의 대중들에게 보급했다. 지금은 서운암 주변 야산 20 만평에 100여종의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하여 봄, 여름, 가을 다양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생태공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운암에서 바라본 영축산의모습은 그야 말로 장관이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은 알프스 웅장함을 앞에서 보는 것과 같았다. 봄이 오면 전국의 위원님들과 야생화 축제 현장에 함께 하기를 서원하면 아쉬운 취재를 마쳤다.
취재= 통도사 김종열 기자